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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의 취업 준비를 끝내며 하는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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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18일 퇴사했고, 2022년 6월 20일에 입사할 회사를 결정했다. 무려 1년 6개월간 공백기가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좀 풀어보자.

퇴사

2018년 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전문연구요원 복무를 위해 회사에 근무했다. 나쁜 회사라고 할 순 없지만, 절대 좋은 회사라고 할 수는 없었다. 대부분은 다음 이직할 회사를 결정하고 퇴사하는 편이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계속 근무하면서 그 환경에 적응하다간 점점 커리어 상 퇴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간이 끝나는 대로 바로 퇴사하기로 했다.

임베디드는 재미있었지만,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는 발전이나 성장을 기대할 수 없었다. 형상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아서 git을 독학하고, 내 돈을 내고 학원에 다녀야 했다. 회사에서는 내가 원하는 소프트웨어적인 기술 발전보다는 제품과 관련된 지식이나 비즈니스만 기대하고 있었다.

1차 이직 시도 (~21년 3월)

어떤 회사에서 어떤 제품을 개발하게 될지는 몰랐지만, 일단 임베디드 개발 경력으로 이직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퇴사 직전에 몇몇 회사에 서류를 썼고 면접을 봤다.

이직의 제일 큰 명분은 커리어 발전이었지만, 실질적인 목적은 연봉 상승이었다. 이전 직장에서 야근이 많던 기간의 경우 시급으로 계산했을 때 최저시급과 비교를 해 볼 만큼 낮았다. 전문연구요원 복무라는 특수성 때문에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지만, 이제 이직하는 상황에서는 그렇게 푸대접받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 임베디드 업체들이 제시하는 연봉은 이전 직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의 면접에서 느낄 수 있던 반응은 “실력도 괜찮은 거 같고 경험도 많은 거 같은데, 이 정도 금액은 맞춰줄 수 없다.” 같은 느낌이었다. 대놓고 기술 면접 중에도 급여에 대한 이야기를 2~3번은 하는 기업도 있었다. 좋은 인력을 찾고, 함께 일할 사람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는 느낌보단 예산에 맞는 부품을 사려 발품 파는 사람들로 보였다.

심지어 퇴사 후에도 연락하던 이전 직장의 사수는 이야기를 듣더니 내가 너무 큰 금액을 불렀다고 이야기했다. 그때 내가 제시한 금액은 대기업 신입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석사 포함해서 5년 차 수준의 경력을 인정받고 있는데 이게 무리한 요구라는 이야기는 너무 자존심 상하는 상황이었다. 너무 돈만 쫓아다니거나 비교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하지만, 너무 자존심 상하고 자괴감이 드는 상황이었다. 급여는 다른 의미로 해석하면 업계에서 나의 경쟁력을 측정한 지표 중 하나라 생각한다. 내게 다가온 느낌은 “물건을 고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많은 나사 중 하나” 정도로 들렸다.

이전 직장에 갖고 있던 불만은 업계 전체에 대한 불만으로 커져 나갔다. 정이 떨어지면 하나하나 다 미워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앞에서 말했던 문제 외에도 불편했지만 무시하거나 용납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들이 하나 하나 떠오르기 시작했다. 제조업식 딱딱한 근무 분위기, 너무 한정적인 업무 지식 및 활용도, 무슨 노력을 하는지 이해 못하는 분위기 등, 이전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던 단점들이 하나하나 때려 박히기 시작했다. 결국 임베디드 분야를 떠나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

업무 경력이나 주요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는 모두 임베디드 관련 내용이었지만, 최대한 관련된 다른 분야로 확장해서 시스템 프로그래머로 지원하기로 했다. 20년부터 리눅스 커널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었으니 이 부분을 어필하면서 업무 분야를 살짝 우회해보기로 했다. 다만 문제라면 전통적인 시스템 프로그래밍 직무는 채용 수요가 적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만한 클라우드 분야까지 확장을 생각했고, 더 확장할 경우 웹 백엔드 분야로 중고신입으로 입사하는 상황까지 고민하기로 했다.

휴식 및 분야 전환 준비 (~21년 8월)

몇몇 회사의 채용 공고에 지원해서 서류가 통과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개발자 채용 트렌드는 코딩테스트가 사실상 필수였다. 경력직의 경우 코딩테스트가 별로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예전에 관련된 이론 강의를 수강한 적도 있어서 너무 만만하게 봤다. 문제를 보면 머리로는 알겠는데, 도무지 코드를 어떻게 짜야 할지 몰라서 통과할 수 없었다.

코딩테스트에서 계속 발목을 잡히면서 본격적으로 코딩테스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 모집한 코딩테스트 스터디에 참여하기도 했고, 그 외에도 강의나 교육, 스터디를 들을 만하다 싶으면 닥치는 대로 듣기도 했다. Go 언어, 특허, 클린 코드 등이 그 흔적이다.

적극적인 취업 활동은 하기 힘들었던 것이, 이 시기에 부모님의 은퇴 후 거취가 결정되면서 현실적으로 정신없는 일이 많이 발생했고, 나 자신의 정비도 필요했다.

코발트 스터디, 컨트리뷰선 아카데미 (~21년 12월)

코딩테스트 준비를 위해 참여하던 스터디는 생각만큼 성장을 기대할 수 없었다. 너무 기초적인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심지어 열심히 참여하지도 않았다. 준비가 안 돼 있더라도 열심히 참여한다면 멘토링이나 자문 등 도움이라도 줄 생각이었지만, 딱히 그렇게 챙겨줄 만한 사람은 없어 보였다.

이때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직접 스터디를 운영하기로 했다. 주요 목적은 코딩테스트였지만, 이전에는 잘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관리하는 기술도 연습할 기회라 생각해, 운영이라는 귀찮을 수도 있는 일을 직접 맡았다. 다행히 이 스터디는 지금까지도 잘 운영되고 있고, 그간 스터디에 참여한 사람들은 40여 명에 달한다. 단순한 코딩테스트 준비 이상으로 여러 도움을 주고받았다. 어떤 식으로든 이 스터디는 새로운 커뮤니티 형태로 운영될 수 있도록 다음 단계를 준비 중이고, 이 과정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들은 오픈소스화하고 있다.

공부는 꾸준히 이것저것 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실무적인 프로젝트 경험에서 손을 뗀 지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공백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데 현업 감각도 잃으면 안 되겠단 생각으로 오픈소스 컨트리뷰션 아카데미에 참여하기로 했다. 당시 리눅스 커널은 꾸준히 공부하고 있었지만, 리눅스 기반의 애플리케이션 개발 경험이 부족했다. 가끔 면접에서 이 부분을 지적받기도 했기 때문에 리눅스 환경에서 사용하는 입력기인 Hanjp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멘토분들이나 다른 멘티들 대부분이 학생이나 신입 직장인들이라 내가 주도적으로 오픈소스 진행 방향을 이끌 수 있었고, 해당 행사가 종료된 뒤에는 메인테이너 자리를 제안받기도 했다.

본격 취업 준비

앞에서는 열심히 살아온 것처럼 썼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봤을 때 직장을 다니면서 추가적인 공부를 하던 때만큼 열심히 생활했는가 비교해보면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내 생각에는 도약 수준의 성장을 한 것 같지만, 업계에서도 그 도약을 인정해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21년 상반기까지는 정말로 주변 상황이 정신없이 변화하여 취업 준비에 집중할 수 없었다. 하반기에는 그 상황에 점점 적응해가고 있었는데, 준비라는 핑계로 조금 나태해졌던 것 같기도 하다.

본격적으로 자소서도 신경 써서 작성하고,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도 좀 더 내 역량을 강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수정했다. 이전 기간 다른 회사들도 가끔 지원했는데 대부분 서류를 통과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내 글솜씨가 정말 형편없었던 것이 확실하다. 놀림당하고, 팩트 폭행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자소서 리뷰를 부탁했다. 기존 자소서를 난도질당하면서 개선한 자소서는 이제 봐 줄 만한 상태가 되어갔다.

꼭 취업하고 싶던 회사들 위주로 일부 기업만 지원했는데 너무 오래도록 다음 단계가 진행되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 기업들이 유난히 채용 프로세스가 느리게 진행되는 것이었지만 당시 나는 그 사실을 알 수 없었다. 공을 들여 쓴 자소서임에도 여전히 통과를 못 하는 상황에서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자소서가 매력적이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분야를 전환하기에 모자라 보이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채용 프로세스가 느리게 진행되는 것을 알 수 없었던 당시 판단으로선 분야를 전환하기에 모자라 보이는 것으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자소서를 리뷰해 준 지인 중 일부는 유명 기업에서 가끔 입사자 자소서를 검토하고 면접도 들어간다고 했다. 내 자소서가 완벽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현업 면접관 기준으로 즉시 탈락시킬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 결국 1년간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지만 내가 가고 싶은 업계에서는 매력적이지 않은 수준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임베디드 업계에 정은 떨어졌지만, 당장 길어지는 공백 기간도 처리해야 했고 경제적인 상황도 점점 위험해지기 시작했다. 자소서의 상태를 검증하기 위해서라도 임베디드 분야에 지원해봐야 했고, 만약 다른 분야에서 거절당한다면 어쩔 수 없더라도 일단은 다시 임베디드 분야에서 근무하면서 다시 분야 전환을 위한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진행된 상황은 퇴사 직후보다 훨씬 좋았다. 확실히 자소서에 공을 들인 만큼 서류 전형 통과 비율도 많이 올라갔고, 코딩테스트도 준비한 만큼 대부분 통과할 수 있었다. 업계에서 나름 유명한 기업이나, 아직은 스타트업 수준이지만 임베디드 분야의 핵심적인 제품을 다루는 기업 등, 임베디드 산업에서도 나름 괜찮은 회사에서 면접을 진행했다. 그간 공부하던 내용, 경험 등이 실무적인 경험이 아님에도 면접관들의 이목을 끌 수 있었고,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면접을 보면서도 합격하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실제로 예고되었던 일부 전형을 생략하는 등 괜찮은 결과를 받았다. 게다가 원하는 업무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던가, 조건이 맞지 않아서 입사 제의를 거절했음에도 임원진과 인터뷰가 아닌, 나를 설득하기 위한 추가 면담을 요청받는 경우도 있었다.

이전에는 가격에 맞는 부품을 찾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정말로 돈을 투자해서라도 데려오려는 느낌이 드는 연봉협상도 진행해봤다. 퇴사 당시 기대하던 금액에 접근하기 시작했지만, 1년 사이에 개발자 업계 연봉이 너무 올라버렸다. 1년 전이라면 입사했을 조건이었지만, 그 사이 대기업 신입과의 격차 비율이 이전과 비슷해져 버렸다.

아마 이전에 분야 전환을 위해 지원했던 기업들의 채용 프로세스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지 않았다면 비슷한 조건으로 근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임베디드 업계로 돌아가는 것을 고민하던 시기에 면접 일정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전 면접 경험 등으로 판단했을 때 임베디드 분야는 나머지 기업에서 분야 전환을 시도해 보고 나중에 다시 지원해도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보안 분야나, 커널 수준을 이해해야 하는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기회가 생기기 시작했다. 규모가 작은 기업의 경우 제시하는 조건이 임베디드 업계에서 받았던 최고 수준과 비슷했다. 아까 연봉이 나의 경쟁력을 측정한 지표라 하지 않았는가, 이 정도면 분야를 전환해도 경쟁력이 있다는 뜻이었다. 업무 분야 전환 성공은 확정이었다.

커리어 전환 프로그램, 그리고 계열사 합격

찾아보던 영입 공고 중 클라우드 분야로 커리어 전환을 할 수 있는 공고를 발견했다. 이 공고에 대한 설명회에서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질문도 볼 수 있었다. “펌웨어 개발자 출신도 근무할 수 있을까요?” 영입 공고의 내용과 나의 현재 준비된 상태를 보아 나에게 주어진 최고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전에 언급했던 보안 분야라던가, 시스템 소프트웨어 분야로 전환하는 것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만족할 수 있는 조건이긴 했지만 조금 더 욕심을 내보기로 했다.

다만 이 채용 공고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예상되는 근무 시작 시기가 너무 늦었다. 시스템 소프트웨어 분야로 커리어 전환이 확정되기 시작한 시기가 5월 중순인데, 이 공고에 따르면 9월이 되어서야 근무를 시작하게 된다. 빠르게 진행된 기업의 경우 6월부터 근무하는 것을 제안받았는데, 3개월이나 더 공백 기간을 가지는 것은 고민해 볼 만한 일이었다. 경제적인 여유가 너무 없을 것이 분명했다.

당시 취업 시장을 조사하던 중, 해당 기업의 계열사에서도 클라우드 관련 사업을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영입 공고를 찾아보던 와중, 내가 지원하고자 하는 분야와 맞는 공고를 찾을 수 있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서류를 잘 정리해서 지원했다.

영입 프로세스는 기대 이상으로 빨리 진행됐다. 코딩테스트에서 4문제 중 1문제를 완벽하게 풀지 못해서 불안해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면접 일정이 잡혔다.

전체적으로 면접에서 경험이나 지식을 묻는 수준이나 깊이가 다른 기업들보다 어려웠다. 당시 자소서의 소개 문구에 “학습에 있어서도 무분별하게 수긍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학습합니다. 특정 기술의 대체재는 없는지, 왜 해당 기술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지 이해하려 합니다.“라는 문장을 작성했었는데, 그게 후회될 정도로 자세한 수준의 질문을 받았다. 내가 생각보다 저 문장에 책임질 만큼 깊이 있는 공부를 안 했다는 뜻이니 반성하고, 책임질 수 있게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면접 중에 재미있던 것은, 면접관 중 한 분도 임베디드 분야 출신이었다고 한다. 이 업계 유행인가 싶다. 그 면접관분 덕에 오랜만에 임베디드 지식 관련 질문을 받기도 했다. 일부 질문은 답을 잘못하거나, 부족한 부분이 포함된 답을 하기도 했다. 이전 직장에서는 사업팀의 결정으로 사용하게 된 제품인데다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었는데, 면접관분이 해당 제품에 대한 경험이 있었는지 내가 잘못 알고 있던 부분을 지적해주셨다.

기술적 지식 외에도 소프트 스킬 관련된 질문도 많이 받았다. 주로 질문받은 소프트 스킬과 관련된 경험이 없어 위험할 뻔했다. 다행히 이전 직장에서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해 보려고 참고했던 블로그 글의 내용들이 생각났다. 내가 이론상 알고 있는 내용, 실제 적용에서의 어려움이나,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마음에 와닿지 않는 상태 등을 나름대로 정리해서 답변했다.

2차 면접부터 최종 발표까지는 이전보다 프로세스 진행이 느려 곤란하거나 고민할 만한 상황이 좀 있었다. 어떤 회사와는 입사 일정을 조율하기도 했고, 인터뷰 일정이 겹치기도 했다. 입사 결정을 위한 처우 협의와 일정 조정에서는 여러 기업의 담당자분들이 최대한 배려해주셨다. 나에게 최종 목표가 되어버린 이 회사의 발표가 늦어지는 상황이 너무 힘들었다.

6월 20일에 해당 회사로부터 최종 합격 연락을 받았다. 현재 처우 협의를 진행 중이고 7월 중에는 근무를 시작하게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취업 준비 기간 최종 회고

대외적인 결론만 놓고 보면 나는 1년 6개월간 놀았다. 아무리 내가 이 기간에 많은 성장을 하고 배운 게 있어도 업계에서는 인정해 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간 진행해 온 과정이 퇴사까지 해야 할 만큼 어렵고, 많은 시간이 있어야 했을지 생각해 보면 그건 아니다. 시간은 더 걸렸겠지만, 회사에 다니면서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회사에 다닐 때처럼 바쁘게 생활하면서 체계적으로 시간 관리를 했다면 같은 기간에 훨씬 더 성장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시간 관리를 더 체계적으로 하지 못한 점은 반성하자.

최종 결과는 성공했다. 원하던 대로 분야 전환에 성공했고, 아직 처우 협의 중이긴 하지만 분야 전환으로 인해 연봉이 낮아질 각오를 한 것에 비해 성공적인 제안도 받았다. (당연히 이전 직장이 수준 이하의 연봉을 책정했기 때문에 분야 전환으로 낮게 책정받아도 이전 직장보다는 높을 것이긴 했다.)

업무나 기술적인 부분이 아닌, 인간적인 성장이나 소프트 스킬의 발전을 따져보자. 취업 준비를 하면서 실패할 때마다 좌절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실패에 대해 최대한 분석하면서 나를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처음엔 좌절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실패가 하나씩 쌓일 때마다 패배감보다는 지혜를 성장시킨다는 생각으로 회고했다. 너무 이른 판단일 수도 있겠으나, 좀 더 지혜롭게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운 것 같다. 글쓰기는 아직도 약점인 걸 알면서도 크게 발전시키지는 못했다. 꾸준히 글도 쓰고, 이전에 작성했던 글도 다듬고, 다른 사람의 글도 자주 읽으면서 계속 성장할 수 있게 노력하자. 어찌 보면 호들갑일 수도 있지만, 40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있는 스터디를 운영해봤다. 이전에 멘토링이나 스터디에서 닦달하다가 모두 나를 떠나가던 과거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라 생각한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사람들의 인사 한마디가 큰 응원이 된다. 아직 스터디를 통해 취업을 준비 중인 분들도 성공적으로 취업할 수 있게 스터디를 계속 운영하기로 했다. 물론 바쁠 것을 고려하여 내가 주도적으로 운영하진 않게 되겠지만, 스터디가 계속 유지되고 하나의 새로운 커뮤니티가 될 수 있게 노력해보자.

기술적인 성장을 따져보자. 먼저 코딩테스트 준비를 통해 이론으로만 대충 알고 구현해본 적 없는 각종 알고리즘을 직접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까지 겪은 실무에서는 이런 알고리즘이 필수적이지 않았지만, 좀 더 어렵고 소프트웨어적인 직무를 맡게 되었으니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코딩테스트는 개발자 버전 토익 수준이라고 생각하지만, 토익 준비하면서 영어 공부가 안되는 것은 아니듯 느리더라도 꾸준히 발전시켜보자. 객체지향에 대한 이해도 많이 발전했다. 이전에는 객체지향을 효율적인 코드 관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패러다임 정도로 취급했던 것에 비해, 객체지향의 요소를 최대한 쥐어짜 내서 정말 효율적으로 코드를 개선할 수 있는 실마리를 잡은 느낌이다. 아직 객체지향을 완전히 이해한 전문가는 아니라는 느낌이 드니, 몇 번이고 책을 다시 보고 경험하면서 더 익히자. 리눅스 커널 스터디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운영체제와 컴퓨터 구조에 대한 이해가 점점 발전하고 있다. 게다가 이론에 대한 멘토링을 진행하면서 그간 내가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멘토링 받는 분들이 운영체제에 관해서는 딱히 면접 준비를 안 해도 될 만큼 성장시켜보자. 그리고 가능하다면 책을 집필하는 것도 고민해보자.

앞으로 입사 전까지, 그리고 입사 이후에 해야 할 일에 대해 따져보자. 분명 회사 측에서 좋게 평가해 줬기에 취업도 할 수 있었고, 좋은 처우도 제안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 보면 면접관분들은 나의 가능성에 베팅한 것이지, 내가 완벽히 준비돼서 채용한 것은 아닐 것이다. 면접 때는 잘 답변하긴 했지만, 내가 부족한 부분에 대한 질문이 추가로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고, 어떻게든 외웠던 부분이지만 완벽히 이해했다고 할 수 없는 부분들도 많았다. 면접관분들의 베팅이 성공하게 열심히 노력하자. 최근에는 일을 많이 벌이면서 내 시간적, 체력적 한계점을 파악했다. 매번 일은 잘 벌였고 중간까지는 잘했지만,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했던 경우가 많다. 진행하고 있던 일들 잘 마무리하자.

그리고 제발 작심삼일로 끝내지 말고 꾸준히 가져가자. 2022년 상반기도 거의 끝났다. 남은 2022년 화이팅이다.


JaeSang Yoo
글쓴이
JaeSang Yoo
The Progra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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